세대 갈등 부추기는 공직사회 워라밸 붕괴… ‘짐 싸는 공무원’ 늘었다
입직 5년 미만 공무원 2만 7000명이 최근 2년간(2022~23년) 공직을 떠났다. 그 이면에는 무너진 워라밸(일과 개인 삶의 균형)이 있다. 저연차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다. ‘허리’에 해당하는 5~10년차 공무원 6400명도 같은 기간 사표를 던졌다. 이들이 공직을 택한 이유 중 하나였던 워라밸의 붕괴는 조직 내 갈등을 키우고 관료사회 경쟁력을 저하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.
●“업무 관련성 낮은 행사 동원 불만족”
29일 행정안전부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2019년 이후 입직 공무원 설문조사(6월 10~17일·4만 8248명 응답)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‘공무원이 된 동기’(2개 응답)로 ‘높은 직업 안정성’(40%)과 ‘일과 삶의 균형’(27%)을 가장 많이 꼽았다. ‘국가·사회 발전 기여’(10%), ‘사회적 인식·명예’(8%), ‘금전적 보상’(4%) 등이 뒤를 이었다.
하지만 ‘일과 삶의 균형’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‘불만족’이란 답은 37%(1만 8000명)로 ‘만족’(28%)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. 39%가 ‘업무 관련성 낮은 각종 행사 동원과 비상근무 차출’을 불만족의 원인으로 꼽았다. ‘일과 삶의 균형 제도 미비’(17%), ‘연가·병가·유연근무 사용 시 눈치 보기’(16%), ‘불필요한 초과근무 생활화’(13%) 순이었다. ‘공무원 삶의 만족도’에 대해선 ‘불만족’(32%)이 ‘만족’(28%)보다 높았다.
사회부처의 MZ 공무원은 “싱글들은 수시 차출과 야근으로 연애할 시간도 없고 기혼자들은 일·가정 양립이 어렵다”고 전했다. 경제부처 사무관도 “과장님들을 보면 내 미래가 보인다. 임금이 낮으니 워라밸이라도 챙기려는 생각이 많아지는데 연차가 쌓일수록 일에 치여 사는 상사들을 보니까 다른 마음을 품게 된다”고 털어놨다.
또 다른 팀장급도 “서기관이 되니 초과근무수당마저 사라져 워라밸이 더 안 좋다”며 “크게 출세할 생각도 없고, 처나 청으로 전출 나갈 기회만 보고 있다”고 말했다. 그는 “예측 불가능한 초과근무나 주말근무가 여전히 많다”며 “장차관이 의지를 갖고 워라밸 보장을 지시해야 한다”고 강조했다.
●“국민에게 봉사할 시간도 뺏겨 ”
김동원 한국인사행정학회장은 “기관장·정치인들의 ‘보여 주기식’ 행사에 시도 때도 없이 차출되다 보니 워라밸은커녕 국민에 봉사할 시간도 뺏긴다”며 “업무가 특정인에게 쏠리지 않게 배분하고 특수 상황으로 차출할 땐 시간 외 근무에 대한 보상을 해 줘야 그나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것”이라고 조언했다.
세종 강주리 기자·부처종합
2024-10-30 19면