"내 삶은 내가 결정"…발달장애인, 일률적 탈시설 추진보다 '맞춤형 돌봄' 구축
- 지원의사결정(SDM) 전문가가 발달장애인 곁에서 의사결정 도움
- 자활꿈터(그룸홈), 협동주거(코하우징) 전문시설 등 다양한 주거모델 제시
- 국가·공공기관이 발달장애인 인권침해 문제에 책임 있게 대응
□ 국민권익위원회(위원장 유철환, 이하 국민권익위)는 정부의 장애인 정책의 핵심 방향 중 하나인 일률적인 탈시설 추진이 자칫 현실을 외면한 채 인권을 오히려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며, '발달장애인 맞춤형 돌봄 지원체계 구축'을 핵심으로 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여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.
□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들이 공통으로 품고 있는 가장 큰 두려움은 자신이 사망한 이후에도 자녀가 안전하고 인간다운 삶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다.
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26만 명의 발달장애인이 있으며, 이 중 70% 이상은 평생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다. 그러나 이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것은 국가가 아닌 대부분 고령의 부모들이며, 특히 어머니가 돌봄의 중심을 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.
□ 발달장애인들의 상태는 매우 다양하다. 간단한 의사소통과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한 이도 있지만, 화장실 사용조차 어려운 중증 장애인도 존재한다. 그런데도 모두에게 같은 자립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'획일적 인권'일 수 있다.
□ 이에 국민권익위는 진정한 인권은 모두를 똑같이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데서 출발해야 하며, 발달장애인 역시 시설에 남을 권리, 지역에서 살아갈 권리, 그리고 그 삶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기본으로 다음과 같은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였다.
□ 먼저, 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의사소통이 어렵고 자신의 뜻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. 말을 대신해 고개를 끄덕이거나 손짓, 표정, 때로는 울음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경우도 많다. 이 때문에 국민권익위는 지원의사결정제도(Supported Decision Making)의 도입을 권고했다.
이 제도는 전문교육을 받은 지원의사결정(SDM) 전문가가 중증 발달장애인의 곁에서 필요할 때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구조다. 단순히 보호자가 대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, 당사자가 평소에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도구와 방법을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하고 반복적 확인을 통해 중증 발달장애인의 의사를 정확히 해석하는 방식이다.
특히, 시설 입소나 자립주택 이주와 같은 중대한 결정을 할 때는 보호자, 시설 관계자 등의 판단만으로 결정하지 말고, 해당 발달장애인을 오랫동안 관찰해 온 전문의와 행동발달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게 기준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.
□ 또한, 국민권익위는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누어 거점병원과 행동발달증진센터를 확대 지정하고, 각 권역에 전문 의료진과 행동치료사가 상시 근무할 수 있도록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.
아울러 발달장애인의 주거 선택권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주거모델도 제안했다. 자활꿈터(그룹홈), 협동주거(코하우징) 전문시설, 도전적 행동치료 집중시설 등 다양한 형태의 주거유형이 도입되어야 하며, 당사자가 일정 기간 거주 후 주거유형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도록 권고했다.
□ 그리고 돌봄 서비스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원주택 운영사업자와 활동지원기관 간의 공모에 의한 수급자 활동지원사 부정 등록, 활동지원 급여 허위 청구 등 보조금의 부정수급 방지를 위해 「장애인복지법」에 법인 분리 및 겸직 금지조항을 신설하고, 정기적인 외부 감사와 이용자 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했으며, 발달장애인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더욱 신속하고 책임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장애인권익옹호기관*을 민간 위탁이 아닌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공공기관으로 전환하도록 했다.
* 장애인권익옹호기관 : 학대받은 장애인을 신속히 발견·보호·치료하고 장애인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「장애인복지법」에 근거하여 설치한 기관
□ 국민권익위 유철환 위원장은 "이번 제도개선은 단순한 복지체계의 보완이 아닌, 국가가 중증 발달장애인의 삶을 공동의 책임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이며, 발달장애인에게 있어 탈시설이라는 하나의 정책 방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반과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"이라면서, "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'동행의 돌봄 체계'를 구축해야 한다"라고 밝혔다.